사이버노조에 연재되었던 글입니다.
글 수 29
달국씨는 나름대로 영화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다. 정확히 말하면 영화보기에 적지않은 내공을 쌓은 사람이라 하겠다. 다년간 갈고 닦은 그의 대낮 관람의 공력은 강호의 어느 고수들에 못지않다. 평일 대낮에 극장 가는 사람치고 관람계에 입문하여 한가닥 하지않는 이가 없으나 달국씨의 경우는 그 공력의 수준이 단순한 취미나 시간죽이기를 넘어선지가 이미 오래다.
초심자의 경우는 벌건 대낮에 홀로 영화관에 들어서면 쓸쓸한 여자가 몇 명인지를 파악하고 어디에 앉으면 스크린이 잘보이면서도 괜찮은 여자의 동태를 놓치지않는지에나 관심이 있다. 중급자라면 그래도 대낮에 혼자 영화 좀 봤네 하는 이들이지만 그네들의 공력 또한 달국씨에는 미치지못하는 것이 그네들은 컴컴한 극장에서 여자 뒤통수 백날 쳐다봐야 나올 것없다는 걸 깨달은 자들로써 그 결과 무조건 맨 뒤에 앉아 찍소리 없이 영화나 보다가 끝나기가 무섭게 나가버린다.
달국씨의 공력으로 말하자면 이들과는 사뭇 달라 비교 자체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잠자리가 지아무리 잘 난다 긴다 해도 독수리와 비교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허나 오늘은 달국씨의 관람공력을 밝히는 것이 오늘의 목적이 아니므로 그에 관해서는 이만 각설하기로 한다.
달국씨에게 "오아시스"는 특별한 영화였다. 우선 제목부터가 예사롭지가 않았다. 오아시스에 관한 달국씨의 추억은 남다르다. 꿈많던 청소년 시절 열정적인 DJ 지망생이었던 달국씨는 오아시스 레코드사의 LP들을 들으며 인생을 배웠다. 하나를 배우면 열을 깨닫는 습관 탓에 덤으로 주류별 숙취해소법과 흡연을 위한 호흡법, 여성의 생리주기 등을 알게되었다. 달국씨의 즐거운 인생은 오아시스에서 시작되었던 것이다. 그러니 오늘 오아시스를 보는 달국씨의 심정은 마치 고향집에 온 것 마냥 푸근했고 드문드문 앉아있는 조조관람의 동료들 또한 소시적 친구들 마냥 정겨웠다.
영화는 예상대로 감동적이었다. 자기가 영화에 출연한지도 모를 아기 코끼리가 방안을 뱅뱅 돌 때 달국씨는 잠시 코끼리 고기도 먹는지가 궁금했지만 이내 영화에 몰입하여 문소리와 뽀뽀를 하는 설경구가 너무도 부러웠다. 마지막에 설경구가 가로수에 올라가 나무가지를 자르는 장면에서 달국씨는 얼굴이 너무 젖어서 극장안에 소나기가 오는 건 아닌지 천장을 여러번 쳐다봐야 했다. 하늘에서 내리지도 않은 빗물이 얼굴에 줄줄 흐르게 하다니 정말 엄청난 공력이군. 맞아 이런게 구원이야 소돔과 고모라같은 이 서울바닥에서 문소리와 설경구가 우리를 구원할거야. 달국씨는 하늘의 별을 모두 따서 오아시스에 붙여주고 싶었다. 그때 극장 천정에는 별 대신 백열등들이 일제히 켜졌고 그렇게 영화는 끝났다.
주위를 둘러보니 조조관람의 동료들 또한 달국씨와 다르지않은 얼굴을 하고 있었고 더러는 손수건을 짜거나 말리는 이도 있었다. 그런데 한쪽 구석이 나이가 지긋한 초로의 신사가 홀로 앉아 올라가는 엔딩타이틀을 유심히 보고 있었다. 달국씨는 경로우대가 극장에도 적용이 되나 보군 이라고 생각했고 가까이 다가오길래 얼굴을 보니 쟁기의 세모난 삽날이 떠올랐다. 달국씨의 고향 소백산 근처에서 보았던 철조망에 달려있던 조그마한 빨간색 지뢰조심 표시가 생각나기도 했다. 우리 동네 목욕탕에 가면 사람들 발목에 차고 다니는 세모난 캐비넷 열쇠고리 같기도 했다. 어쨋거나 달국씨는 그 신사의 얼굴을 보면서 참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 신사는 뭔가를 열심히 적고 있었다. 달국씨는 감복했다. 영화에 얼마나 깊은 감동을 받았으면 저리도 순식간에 감상문을 쓸 수 있을까 중학교때건 고등학교때건 수학여행을 다니면서 그날 그날 기행문을 쓰라는 선생님을 말씀을 숙취 때문에 한번도 지켜본 적이 없는 달국씨로서는 그 신사분의 행동은 매우 모범적이었다. 달국씨는 몰래 뒤로가서 어깨너머로 그분의 메모를 찬찬히 읽어보았다.
영화감상문 치고는 그 내용이 매우 상세했으며 특이한 제목을 가지고 있었다.
"뇌성마비로 아들래미 병역면제 이유 만들기"
1단계 : 눈동자를 가운데로 모으는 훈련을 반복한다.
2단계 : 팔을 허리 안쪽으로 꼬아서 비틀기를 반복한다. 이때 양쪽 팔을 반대방향으로 한다.
3단계 : 항상 입을 한쪽으로 돌아가게 해서 힘들게 말하고 음식을 절반이상 흘리면서 먹는다.
위의 연습이 완료되면 기자들 불러 회견을 한다. 그런 후 아들래미는 미국으로 보내서 내가 당선되면 들어오고 떨어지면 그냥 거기서 살게 한다.<끝>
* 김준영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8-10-04 11:55)
초심자의 경우는 벌건 대낮에 홀로 영화관에 들어서면 쓸쓸한 여자가 몇 명인지를 파악하고 어디에 앉으면 스크린이 잘보이면서도 괜찮은 여자의 동태를 놓치지않는지에나 관심이 있다. 중급자라면 그래도 대낮에 혼자 영화 좀 봤네 하는 이들이지만 그네들의 공력 또한 달국씨에는 미치지못하는 것이 그네들은 컴컴한 극장에서 여자 뒤통수 백날 쳐다봐야 나올 것없다는 걸 깨달은 자들로써 그 결과 무조건 맨 뒤에 앉아 찍소리 없이 영화나 보다가 끝나기가 무섭게 나가버린다.
달국씨의 공력으로 말하자면 이들과는 사뭇 달라 비교 자체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잠자리가 지아무리 잘 난다 긴다 해도 독수리와 비교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허나 오늘은 달국씨의 관람공력을 밝히는 것이 오늘의 목적이 아니므로 그에 관해서는 이만 각설하기로 한다.
달국씨에게 "오아시스"는 특별한 영화였다. 우선 제목부터가 예사롭지가 않았다. 오아시스에 관한 달국씨의 추억은 남다르다. 꿈많던 청소년 시절 열정적인 DJ 지망생이었던 달국씨는 오아시스 레코드사의 LP들을 들으며 인생을 배웠다. 하나를 배우면 열을 깨닫는 습관 탓에 덤으로 주류별 숙취해소법과 흡연을 위한 호흡법, 여성의 생리주기 등을 알게되었다. 달국씨의 즐거운 인생은 오아시스에서 시작되었던 것이다. 그러니 오늘 오아시스를 보는 달국씨의 심정은 마치 고향집에 온 것 마냥 푸근했고 드문드문 앉아있는 조조관람의 동료들 또한 소시적 친구들 마냥 정겨웠다.
영화는 예상대로 감동적이었다. 자기가 영화에 출연한지도 모를 아기 코끼리가 방안을 뱅뱅 돌 때 달국씨는 잠시 코끼리 고기도 먹는지가 궁금했지만 이내 영화에 몰입하여 문소리와 뽀뽀를 하는 설경구가 너무도 부러웠다. 마지막에 설경구가 가로수에 올라가 나무가지를 자르는 장면에서 달국씨는 얼굴이 너무 젖어서 극장안에 소나기가 오는 건 아닌지 천장을 여러번 쳐다봐야 했다. 하늘에서 내리지도 않은 빗물이 얼굴에 줄줄 흐르게 하다니 정말 엄청난 공력이군. 맞아 이런게 구원이야 소돔과 고모라같은 이 서울바닥에서 문소리와 설경구가 우리를 구원할거야. 달국씨는 하늘의 별을 모두 따서 오아시스에 붙여주고 싶었다. 그때 극장 천정에는 별 대신 백열등들이 일제히 켜졌고 그렇게 영화는 끝났다.
주위를 둘러보니 조조관람의 동료들 또한 달국씨와 다르지않은 얼굴을 하고 있었고 더러는 손수건을 짜거나 말리는 이도 있었다. 그런데 한쪽 구석이 나이가 지긋한 초로의 신사가 홀로 앉아 올라가는 엔딩타이틀을 유심히 보고 있었다. 달국씨는 경로우대가 극장에도 적용이 되나 보군 이라고 생각했고 가까이 다가오길래 얼굴을 보니 쟁기의 세모난 삽날이 떠올랐다. 달국씨의 고향 소백산 근처에서 보았던 철조망에 달려있던 조그마한 빨간색 지뢰조심 표시가 생각나기도 했다. 우리 동네 목욕탕에 가면 사람들 발목에 차고 다니는 세모난 캐비넷 열쇠고리 같기도 했다. 어쨋거나 달국씨는 그 신사의 얼굴을 보면서 참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 신사는 뭔가를 열심히 적고 있었다. 달국씨는 감복했다. 영화에 얼마나 깊은 감동을 받았으면 저리도 순식간에 감상문을 쓸 수 있을까 중학교때건 고등학교때건 수학여행을 다니면서 그날 그날 기행문을 쓰라는 선생님을 말씀을 숙취 때문에 한번도 지켜본 적이 없는 달국씨로서는 그 신사분의 행동은 매우 모범적이었다. 달국씨는 몰래 뒤로가서 어깨너머로 그분의 메모를 찬찬히 읽어보았다.
영화감상문 치고는 그 내용이 매우 상세했으며 특이한 제목을 가지고 있었다.
"뇌성마비로 아들래미 병역면제 이유 만들기"
1단계 : 눈동자를 가운데로 모으는 훈련을 반복한다.
2단계 : 팔을 허리 안쪽으로 꼬아서 비틀기를 반복한다. 이때 양쪽 팔을 반대방향으로 한다.
3단계 : 항상 입을 한쪽으로 돌아가게 해서 힘들게 말하고 음식을 절반이상 흘리면서 먹는다.
위의 연습이 완료되면 기자들 불러 회견을 한다. 그런 후 아들래미는 미국으로 보내서 내가 당선되면 들어오고 떨어지면 그냥 거기서 살게 한다.<끝>
* 김준영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8-10-04 11:55)

달국씨의 즐거운 인생...